[서울포커스신문] 서울시가 거주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700명을 대상으로 탈시설 과정의 적절성과 지역사회 정착 여부, 삶의 질과 만족도 등 탈시설화 정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서울시는 그간의 탈시설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탈시설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위해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자립실태조사를 오는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탈시설은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입소해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기 위해 거주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수조사의 대상은 탈시설 정책이 시작한 2009년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700명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 동안 5년 단위로 두 차례 ‘탈시설화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지원 근거를 마련해 자립생활주택, 지원주택 등 주거지원과 자립정착금 지원,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등 여러 시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탈시설 입・퇴소 과정의 적절성, 생활 및 건강실태, 탈시설 만족도 등을 확인한다.
조사는 시・자치구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과 조사 전문기관 인력이 2인 1조로 동행해 장애인 가정에 직접 방문 또는 동주민센터에 방문해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및 퇴소 과정, 주거환경, 보건의료 및 건강, 일상 및 자립생활 등 6개 영역 35개 문항을 청취한다.
시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의사소통 전문가의 지원을 연계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는 탈시설 찬반측과 중도측이 같은 인원으로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제시한 의견을 수렴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과 요구를 최대한 직접 청취할 수 있도록 읽기 쉬운 조사표, 점자 조사표 등 장애 유형에 맞는 조사표를 개발해 전수조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탈시설 관련 현장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이 장애인의 자립적 주거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설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오고 있다.
시는 조사 결과를 연내 수립할 ‘제3차 탈시설화기본계획’ 등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는 전수조사에 앞서 지난 2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퇴소하여 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 38명을 대상으로 퇴소 과정의 적절성, 의사소통 정도, 의료·건강관리 실태, 자립생활 실태 등을 내용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거주시설 A는 경기도 김포시에 소재하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지난 2021년 폐지되면서 퇴소한 장애인 일부 38명이 현재 서울시에서 제공한 지원주택에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시는 의사능력과 자립역량이 충분한 장애인은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게 맞지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에게는 보다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퇴소과정의 적절성) 조사대상 장애인 모두 본인, 보호자 등으로부터 징구된 퇴소동의서는 구비. 퇴소결정은 본인, 시설관계자(퇴소위원회), 형제자매, 부모 순이며 퇴소사유로는 시설이 폐쇄되거나 자립생활을 원해서 퇴소한 경우가 많았으며,
(의사소통 정도) 조사 장애인 38명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은 9명이며, 29명은 의사소통이 곤란하거나 매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의료 및 건강관리 실태) 조사장애인 38명 모두 심한 장애인이며, 이 중 2개 이상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은 27명이고 중복장애인 중 최중증 장애인은 7명. 최중증 장애인 7명 중 6명은 심한장애 외에 비위관, 위루관, 도뇨관, 인공호흡기 필수 장애인이며, 1명은 다중복(지적·시각·뇌병변) 장애인임. 38명 장애인의 평균 활동보조 시간은 월 626시간(일 20.8시간)으로 5명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자립생활 실태) 조사대상 장애인 38명 모두 생계․주거급여, 장애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부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17명은 장애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었다.
(지역사회 정착 정도) 의사소통이 매우 곤란한 장애인 20명을 제외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나 곤란한 장애인 18명 중 15명은 현재의 삶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었고, 3명은 시설 재입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예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탈시설 과정의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는지, 탈시설 후 삶에 만족하는지 등 탈시설화 정책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겠다는 목표다.
이수연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그간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반영하여, 탈시설 장애인 지원과 시설 거주 장애인 모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