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난 다음날 이라 그런가?
예술적인 구름이 하얀 자태를 뽐내는 하늘, 파란 입들이 너무 파래서 햇살과 함께 감히 색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맑은 칼라를 보여주는 덕분에 아침부터 작은 탄성이 나온다.
‘와우! 좋구만~!’
업무를 하다 보면 몇 시간 틈새 시간이 있다. 그럴 때 직업상 책을 많이 읽어내야 하는 나는 서점을 찾아간다. 요즘 눈에 띤 책은 이국종 닥터의 <골든아워>, 중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사활을 건 1시간은 많은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이리라.
아무것도 시스템이 없는 우리나라에 처음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하기까지의 과정이 소소하게 소개되어 있다. 사서 편하게 읽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피땀을 흘린 의료진의 삶을 그려내서 그런지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서점을 가는 길에 잘 가던 화장품 가게가 나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오? 선크림이 1+1 이라니? 눈이 번쩍 떠졌으나 머릿속에 잠깐 스치는 생각은, “니 이미 갖고 있는 선크림이 두갠데?”그러나 주차비를 내야 된다는 얄팍한 의식과의 타협에 넘어간 나는 점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많다고 경고하는 전의식(정신분석 용어, preconscious)의 생각은 이미 잊었고, 덥석 사버렸다. 그리고 나서 서점을 가서 책 읽으라 마련된 좌석에 앉아 웃었다. 또 샀군! 시간 여유가 있는 김에 내가 왜 또 사야만 했을까? 물어보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갖고 싶었다. 성분이 다른 민감 피부에도 좋다는 그 선크림이 무려 두 개나 준다니 마음이 간 거다. 그런데 나는 미니멀니즘(minimalism)을 추구하는 사람 중 한사람으로 사실은 굳이 두 개가 더 필요 없었다. 인식한 나는 주저하지 않고 아주 온화한 미소를 보낸다.
“으구~! 필요 없는데 산거구나? 다음에는 좀 더 내 안에 실천해 보세요! 하나면 충분 합니다~~ 사놓고 안 쓰는 물건 많지? 솔직히 고백해봐 하하하!”
예전엔 몰랐다. 나를 다그치고 화내며 혼냈다. 이젠 예뻐해 준다. 애완견 주인이 애완견을 예쁘게 불러주는 것처럼 “망고!~ 노노 아니! 그러지 않기!”
흠흠! 나를 알고 남을 알면 함께 행복 할 수 있다.